노동시장

'취업포기자' 증가속도 심상찮다.

O Chae 2012. 8. 23. 05:45

‘취업 포기자’ 증가속도 심상찮다


'그냥 쉼' 인구 160만명 넘어 … 노동시장 무기력증 우려

3년전 지방대를 졸업한 강 모(31·서울 북가좌동)씨는 아직 '그냥 쉬는' 백수다. 지난해까지는 영어학원을 다니고 면접응시도 하는 등 취업 노력을 했다. 틈을 내 시간제 아르바이트도 했다. 하지만 연거푸 구직활동에 실패하면서 올해 들어선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했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가 8개월째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구직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인구 비중이 지난해 처음 10%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증가세가 장기화되고 속도도 점점 빨라져, 노동시장 무기력증이 구조화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재분석한 '노동통계' 자료를 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쉼'은 2003년 6.3%(90만7000명)에서 지난해 10%(160만명)로 3.7%p 증가했다.

통계청 조사에서 '그냥 쉬었다'고 대답한 이들은 말 그대로 '막연히 쉰다'고 답한 이들이다. 주로 반복된 구직 실패로 인한 취업포기자들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6.3%로, '육아' 비중(10.4%)에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이후 계속 늘어 2005년 8.5%, 2006년 8.6%, 2007년 8.8%, 2008년 8.9% 등으로 해마다 0.1~0.2%p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2009년엔 갑자기 9.4%로 늘어났는데, 지난해엔 10%로 껑충 뛰어 '육아' 비중(9.2%, 146만9000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남성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쉼'의 증가세는 더 심각하다. 2003년 16.3%에서 2005년 20.8%, 2009년 22.9%, 2011년 24.1%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실업률 증가보다 '그냥 쉼' 증가현상이 더 위협적이라고 설명한다. 한국고용정보원 주무현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낮은 실업률 통계는 '그냥 쉼' 인구증가가 한몫했다"며 "이들의 증가속도가 장기화되면서 빨라지는 것은 구조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2012.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