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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자격증 과잉시대

O Chae 2012. 12. 1. 17:45

[SPECIAL] 주부 자격증 과잉 시대

Special Part 1 자격증 춘추전국 시대의 함정

 

'나도 일하고 싶다.' 아이가 크고 나면 한 번쯤 드는 생각입니다. 이때 주부들이 흔히 택하는 방법이 자격증 취득이죠.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생각에 시간과 돈을 투자합니다. 하지만 취업으로 이어지는 보증수표를 받았다는 뿌듯함도 잠시. 어렵게 딴 자격증이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차고 넘치는 자격증의 홍수 속에서 재취업에 도움이 되는 알짜배기는 무엇일까요?
3040 주부들의 미래 도전을 위한 자격증의 허와 실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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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Part 1
자격증 춘추전국 시대의 함정
경제가 불안하고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불안한 심리가 반영된 것이 자격증 취득 열풍이다.
스펙 좋아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격증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간결하게 증명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격증의 껍데기를 좇다가는 소중한 시간과 돈만 낭비하기 쉽다는 것.
당신이 자격증을 따기 전에 알아야 할 몇 가지 함정 이야기를 시작한다.
취재 박지현 리포터 true100@empal.com
사진 오병돈
도움말 김종대 과장(한국산업인력공단 자격관리팀)·이창래 연구원(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정화 간사(여성인력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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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최고다' 옛 부모님들의 조언이 요즘처럼 빛을 발할 때가 있나 싶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발표한 '2012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자는 63만4천 명을 넘어섰다(국가전문자격과 민간자격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나이별 취득자 수를 살펴보면 20대 21만8천424명, 30대 10만4천275명, 40대 7만101명이다. 주목할 사항은 노후가 불안해지면서 중·장년층의 자격증 취득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 2007년 수치와 비교하면 50대는 2만6천310명으로 73% 증가했고, 60대는 3천103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talk 1 대한민국은 자격증 천국
본론에 앞서 당신에게 한 가지 물어보자.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자격증은 과연 몇 개나 될까. 100개? 500개? 900개? 한참 멀었다. 관계 기관에 등록된 숫자만 4천 개가 넘는다. 당신 옆집 주부가 준비하는 간호조무사나 공인중개사부터 이름조차 낯선 키즈밸리교육지도자나 로봇영재자격증까지, 자격의 세상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자격증의 '자격'은 과연 무엇일까? 흔히 우리가 자격증이라고 부르는 대상은 두 가지, 국가자격증과 민간자격증이다. 전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가 관리한다. 후자는 개인이나 단체, 법인 등이 신설하여 운영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자격관리팀 김종대 과장은 "올 10월 기준으로 국가기술자격은 556종목이고, 국가전문자격은 130종목이다. 국가자격증만 686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미용사 제빵기능사 간호조무사 보건교육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국가자격의 종류가 궁금하다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는 자격증 홈페이지 '큐넷'(www.q-net.or.kr)을 참고한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자가 분열하듯 세를 불린 민간자격증이다.
자격기본법 제17조 1항, 신설을 금지하는 분야를 제외하면 누구나 자율적으로 민간자격을 신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 당신도, 나도, 누구나! 자격증이 해마다 숫자를 불리는 이유다. 실제로 민간 자격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 654건이던 자격증 등록 건수가 2011년 1천53건으로 부쩍 늘었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격증이 양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무섭게 세를 불인 민간 자격에 대한 유일한 검증 시스템은 '국가 공인 제도'다. 그러니까 민간에서 만든 자격 가운데 우수한 대상을 국가가 선별해서 공인하는 제도다. 현재 민간 자격증의 숫자는 무려 3천330개, 이중에서 국가가 공인한 대상은 87개에 불과하다. 가령 열쇠관리사 PC활용능력평가시험(PCT) 신용분석사 옥외광고사 브레인트레이너 실천예절지도사 등은 민간 단체에서 만들었지만, 국가의 공인을 받은 만큼 더 믿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비슷해 보이는 자격증도 국가자격증 국가공인민간자격증 민간자격증 순으로 공신력에서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당신이 도전하는 자격증의 민간자격 공인 여부가 궁금하다면? '민간자격 정보서비스' 홈페이지(www.pqi.or.kr)에서 클릭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
talk 2 '돈 버는 자격증' vs '돈 쓰는 자격증'
자격증을 모두 나라에서 분류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이 자격증 천국으로 둔갑하자 일반 사람들은 궁여지책으로 자격증에 나름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가령 '뜨는' 자격증, '인기' 자격증, '취업에 도움 되는' 자격증으로 나누어 부르는 식이다. 최근에는 '돈 버는 자격증'이라는 검색어까지 등장했다. 이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자격증이 난무하며, 그중 꽤 많은 자격증이 돈벌이나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심할 대상은 '비공인' 민간자격증이다. 워낙 다양한 단체와 협회, 기관에서 자격증을 만들어내다 보니 자칫 돈과 시간만 낭비하기 쉽다. 종종 뉴스에서 학원비 내느라 고생했는데 취업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하소연이 나오지 않은가. 일부 단체에서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불리기 위해 자격증을 만들어서 수강생을 모으는 탓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이창래 연구원이 말하는 기본 확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민간자격이 제대로 등록되어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등록 여부와 공인 여부, 광고에 나온 문의처가 해당 자격을 등록한 업체와 동일한지 살펴보라는 얘기죠(www.pqi.or.kr에서 확인 가능). 다음은 환불 가능 여부를 살펴봐야 합니다. 검정료 외에 교재비나 수강료가 있는지, 취득 이후 별도의 등록비나 회비 등을 요구하는지 알아봐야죠. 변심이나 불만을 이유로 환불이 가능한지가 중요합니다. 덧붙여 금지 분야의 자격증이 아닌지 따져보세요. 가령 침이나 뜸 같은 분야는 자격증 등록 자체가 불가능해요. 자격증을 따는 동시에 불법 의료 행위가 되기 때문이죠."
취업과 연관성도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다. 여성인력개발센터 이정화 간사는 "해당 자격증이 취업 현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대개 민간자격증만 가지고 강사 혹은 지도사 활동을 하거나 그것을 통해 소득을 얻기는 쉽지 않다"며 "자격증이 바로 돈이 된다는 생각보다 이것을 기초로 내 경험을 쌓겠다는 태도로 접근해야 옳다"고 조언했다. 자격증의 효용성은 해당 단체나 학원보다 취업 기관이나 현장 선배들에게 물어보는 게 낫다.
talk 3 자격증은 살아 있는 생명체
이제 당신은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자격증이 있으며, 그것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격증의 함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격증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생로병사'하는 탓이다. 즉 경제 상황과 교육정책, 사회 흐름이라는 커다란 파도 속에서 당신이 취득한 자격증의 가치는 치솟을 수도, 가라앉을 수도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주부 두 명을 모셔보자.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려 이름은 A와 B로 소개하겠다. 우선 A의 이야기다. 그녀는 마흔을 넘기면서 평생 직업을 꿈꾸며 공인중개사에 도전, 2년 만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창업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 됐어요. 운영 중인 중개소도 적자 경영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공인중개사는 다른 자격증과 달리 사무실을 임대해서 창업과 영업을 해야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아서 뛰어들기 쉽지 않죠. 실전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2년을 투자한 저 자신이 바보 같아요."
인기 자격증에 도전했지만, 경제 불황이 자격증의 가치를 낮춰버린 사례다. 그녀는 공인중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업계 분위기부터 익히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힘들게 취득한 자격증은 운전면허증과 세트로 장롱면허가 되어버렸다.
다음은 B의 하소연이다. 아이들을 모두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그녀는 자신의 육아 경험을 살려 보육교사에 도전했다. 선택에는 옆집 엄마의 부추김도 영향을 주었다.
"야심차게 자격증을 땄는데 취업의 현실은 상상 밖이었죠. 체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깜빡한 거죠.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3D 직업과 같았어요. 아이들을 번쩍 안는 일이 잦아지면서 허리나 무릎도 나빠졌어요. 무엇보다 까다로운 엄마들 입맛 맞추기도 쉽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심했죠."
시대적 흐름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의 체력이나 성격과 맞지 않은 경우다. 알다시피 A, B의 사례는 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취득이 가능한 국가자격증이다. 자격증의 함정이 비단 자격증 자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talk 4 옆집 엄마의 추천 따라 도전은 금물
B의 사례처럼 마지막 함정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대개 주부들이 자격증을 대하는 태도는 '미래가 불안해서' '학원비나 벌고 싶어서' '옆집 엄마가 하니까' '앞으로 좋다니까'와 같이 막연하고 단순하다. 이런 접근 방식은 그 자체에 엄청난 함정을 숨기고 있다. 생각해보라. 당신은 마흔을 넘긴데다 집 안 살림과 육아로 여유 시간은 바늘구멍처럼 비좁은 상태다. 자칫 유행 따라, 옆집 엄마의 추천 따라 자격증에 도전했다가 알토란 같은 당신의 시간과 돈만 허비하기 쉽다.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따끔한 지침을 되새겨야 한다. "너 자신을 알라(Know yourself)."
자격증에 도전하는 주부들은 대개 경력이 단절되었거나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기본 수순부터 밟아야 옳다. 우선 당신이 무엇을 하고 싶으며, 어디에 재능이 있을까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마치 대학 졸업자가 자기 적성을 생각해 직장을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이 키우기도 바쁜데 도대체 자기분석을 어떻게 하느냐면서 화를 낸다면 이정화 간사의 조언이 도움이 될 게다.
"고용노동부의 '워크넷' 홈페이지(www.work.go.kr)에서는 직업에 대한 적성검사, 선호도 검사, 가치관 검사 등을 클릭 한 번으로 할 수 있어요. 물론 공짜죠. 이러한 검사를 통해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은 이후에 선택해도 늦지 않아요."
각 지역의 고용센터 여성인력개발센터 새일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좋다. 경력 단절 주부라면 비슷한 사람들끼리 일주일 동안 직업에 대한 상담을 받는 식이다. 전문가를 통해 취업이나 자격증 동향을 들을 수 있는데, 동기끼리 정보 교류도 가능해서 유익하다. 혹 집 근처에 평생학습관이 있다면 지역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무료 강연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도 있겠다. 이러한 기초 위에서 자격증을 선택한다면, 비공인 자격증이라 해도 당신 인생에 플러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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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제도
이미지3 국가기술자격 조리기능장, 세탁기능사, 미용사, 양식조리기능사, 제과기능사, 정보처리기능사, 한식조리기능사, 지게차운전기능사, 제빵기능사 등
국가전문자격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안경사, 요양보호사, 장례지도사, 보건교사, 사서교사, 평생교육사, 관광통역안내사, 사서 등
이미지3 국가공인민간자격 열쇠관리사, PC활용능력평가시험(PCT), 브레인트레이너, 신용관리사, TEPS영어능력검정, 한자한문지도사, 재경관리사, 병원행정사 등
민간자격 레크리에이션지도사, 문화유산교육전문가, 소잉마스터, 온실가스진단사, CS강사, 소셜미디어지도사, 부모코치전문가, 예비부부코칭지도사, 가족상담사, 병원코디네이터, 난타지도사, 영재음악강사 등
주의해야 할 민간자격 광고 표현
1 제1회 시험으로 누구나 쉽게 합격, 취업과 고소득을 보장한다
>> 최초 시험이면 자격을 취득한 사람의 취업 여부나 소득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뜻.
2 민간자격을 최초 혹은 유일하게 심사를 거쳐 국가에 등록했다
>> 자격기본법상 민간자격의 신설과 관리, 운영을 금지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면 모두 등록이 가능하다. 즉 자격의 공신력이나 품질 등은 심사하지 않는다.
3 국가 공인을 신청 중이거나 국가 공인이 예상된다
>> 국가 공인은 등록한 법인 가운데 1년 이상, 3회 이상 검정 실적을 갖추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며, 공인 이전에 취득한 자격은 공인의 효력이 없다.
4 00에서 인정한 자격증, 00에서 자격 발급을 인가 혹은 허가 받은 자격증이다
>> 민간자격은 누구나 자율적으로 신설과 등록이 가능하므로, 민간자격 광고 시 '인가' 혹은 '허가'라는 단어는 잘못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