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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의 확산과 대응

O Chae 2019. 12. 19. 11:16

플랫폼 노동(Platform Labor) 확산과 대응

 

1. 플랫폼 노동 의의

정보기술(IT)과 공유경제의 급격한 발전으로 소셜미디어와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신종 일자리 및 고용 형태를 뜻하는 플랫폼 노동(Platform Labor)’인바,

배달대행, 퀵배송, 대리운전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받아 일하는 플랫폼 노동의 애매한 법적 지위가 화두로 떠올랐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업무시간 등 근무 조건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자에 가깝다는 측과,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고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이 부딪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이란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단속적(1회성, 비상시적, 비정기적) 일거리 한 건당 일정한 보수를 받으며,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면서 근로소득을 획득하는 근로 형태로 정의된다. 법적 용어는 아니며, 긱 노동(gig work), 온디맨드(주문형) 노동(on-demand work) 등 다양한 용어로도 불린다. 대리운전, 퀵서비스, 음식 배달, 택시 운전(우버, 타다 등)이 대표적인 4대 플랫폼 노동 직종이다.

공유경제, 긱 이코노미로 인해 플랫폼 노동 확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다. 미국에서는 2020년께 임시직 노동자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에 달하고, 이 중 11%는 플랫폼 노동자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들 중에서 일부 고숙련 노동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최저임금, 실업보험 같은 사회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 플랫폼 노동 확산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우버와 리프트,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이 포진한 각국 승차 공유업체가 대표적이다. 음식 배달, 인력 중개, 대리운전, 온라인 상거래 등으로 범위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36%5700만 명이 플랫폼 노동으로 수입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 수도 20206220만 명, 20289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회사 갤럽도 지난해 미 노동자의 29%가 플랫폼 노동을 주 직업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매킨지 컨설팅도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6400만 명이 플랫폼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엄연한 평생 일자리로 플랫폼 노동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문제점

플랫폼 노동이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 신뢰도 향상,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순기능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갈등이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형태의 경제적 양극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영업자도 임금 근로자도 아닌 플랫폼 노동자의 애매모호한 처지, 플랫폼 소유주와 노동자의 엄청난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도 날로 커진다는 데 있다.

영국의 경우

영국 파이낸셜타임(FT)는 최근 플랫폼 노동이 일반적인 노동 형태로 자리 잡으면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를 지원하거나 고용하는 부담을 온전히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 더 많은 공공지출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돈을 누가 대느냐에 따른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우버의 법원결정 항소>

영국 우버도 우버 기사에게 최저임금과 연간 휴가 일수를 보장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항소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5월 미국음식배달앱 캐비아의 배달 기사 파블로 아벤다노 씨는 빗길에 무리하게 운행하다 차 사고로 숨졌다. 그는 캐비아 직원이 아니었기에 유족들은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분노한 동료 배달 기사들은 노조 결성으로 대응했고 회사와 유족의 다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은 자신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수요자(고객)와 서비스 공급자(노동력 제공자)를 연결해줄 뿐이라고 강조한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플랫폼 노동자가 자영업자와 다를 게 없다며 해고도 당연히 자유로워야 하고 이들의 사고에 대한 책임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해당 플랫폼이 정한 수수료만 받을 수 있고 회사의 업무 지시, 평가, 제재를 받기에 자영업자로 보기도 어렵다.

<미국 캘리포니아 법안통과와 기업의 반발>

논란이 커지자 올해 9월 미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플랫폼 노동자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1월 시행될 이 법으로 캘리포니아에서만 최소 100만 명의 노동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버 등 플랫폼 회사들은 최소 2030%의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플랫폼 노동이 불평등 양극화 심화>

플랫폼 노동이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11월 기준 미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450억 달러(54조 원),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275억 달러(33조 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일반 기업의 근로자는 회사가 성장하면 임금 인상, 성과급, 스톡옵션 등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받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그 과실을 누리기 어렵다.

4.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

현황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플랫폼 경제 종사자 규모 추정과 특성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경제 종사자, 즉 플랫폼 노동자는 47~54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내 취업자 중 1.7~2%에 해당하는 수치다. , 이는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선정된 15세 이상 약 3만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일 뿐, 공식적인 통계 자료는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플랫폼 노동자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 자료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인 바, 이는 플랫폼 노동의 유형이 다양하고 개념, 분류 등에 대한 국제 기준이 없는 데다 기존 노동 통계조사가 임금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성격 : 사업자성+근로자성

경제 환경 변화로 플랫폼 노동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 반해 이들의 노동 정체성은 여전히 애매하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근무시간, 장소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사업자성을 띠지만, 근무 시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고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근로자성도 지닌다. 그동안은 전통적인 노동법 관념에 따라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대우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하고 이들의 고용 안정성이 화두로 떠오르며 관련 기관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법원의 판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지난 1115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택배기사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1119일에는 부산지법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대리운전 기사 의무사항을 정하면서 업체에만 수수료 변경 권한이 있고, 대리기사는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면서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에 있고,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기사들에게 일정한 경우 집단으로 단결함으로써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 제공 조건을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헌법 취지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청의 입장

앞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은 115일 배달앱 요기요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위탁받았던 요기요플러스 라이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노동청은 요기요가 시급제를 적용하고 실질적인 근로 감독·지휘를 한 점 등을 근거로 라이더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판단했다. 노조법상 근로자는 노조 결성·단체교섭·파업 등 노동 3을 행사할 권리를 인정한다. 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여기에 더해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최저임금 보장, 산재보험 가입 등의 의무가 부여돼 보다 강한 보호를 받는다.

, 같은 플랫폼 노동자라 해도 플랫폼 기업과 서비스마다 근로 형태와 조건이 제각각이다 보니 개별 사례에 따라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

요기요는 출근일과 출퇴근 시간(하루 12시간)을 설정하고, 식사시간도 별도로 정했다. 또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했다. 보수는 배송 건당 수수료로 받는 것이 아니라 일한 시간에 따라 받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는 건당 보수를 받으며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이 같은 사례를 일반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 형태, 계약 내용 등을 토대로 개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다는 렌터카 영업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기사 알선만 가능할 뿐, 현행법상 직접고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사에게 프리랜서파견직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파견업체 소속 기사는 출퇴근 시간과 근무지가 고정되고 일정한 월급을 수령해 노동자로 분류된다. 반면 프리랜서는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하고 근무시간만큼 수입을 얻어가 자영업자에 가깝다.

타다는 프리랜서 기사가 4대 보험 적용을 못 받고 있다. 쏘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사례처럼,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4. 플랫폼 노동자를 어떻게 대우해야 할까

정부와 고용정보원 입장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 확대와 플랫폼 노동에 적합한 산재보험 부과 징수 체계 마련을 제시하고 있다. 산재보험의 적용 범위를 현행 퀵서비스 기사와 건설기계 기사에서 2020년 방문 서비스 종사자와 AS 기사로, 2021년에는 돌봄 서비스 종사자와 IT 업종 프리랜서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보험제도를 더욱 확대 개편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 결성을 통한 자구적 대응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자구적 방안으로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협회 등을 결성하는 방식이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민주노총 산하에 라이더유니온 같은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 고용 연계형 사회보험의 적용 대상을 현행 근로기준법상 ‘(임금)근로자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한 다양한 근로 형태가 포함된 노동자개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계의 입장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소한 플랫폼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은 플랫폼 회사가 지게하고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불평등 해소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례(AB-5)는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성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사용자인 해당 플랫폼 기업이 지도록 하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판단, 최저임금이나 유급병가 등 노동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근로자성 판단기준은

노동자가 업무를 수행할 때 사용자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로운지’ ‘사용자 업무의 통상적인 과정 밖에서 수행하고 있는지’ ‘사용자와 독립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지등이다.

플랫폼 노동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협의를 거쳐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적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동아일보 2019.2.18. A20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매경이코노미 제20372019.12.11~201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