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글

마스크사회학

O Chae 2020. 2. 16. 07:23

마스크에 담겨진 사회학, 정치학, 심리학, 예방학

□ 마스크에 숨겨진 '불안의 사회학'

코로나 공포에 생존도구 맹신, 사재기대란이어 마스크계급론까지

못 산 사람은 "거지·난민" 비하, 공동체 흔드는 편 가르기 안 돼

코로나19공포 -> 생존도구 맹신 -> 사재기 대란 -> 마스크 계급론

 

“지하철에서 대놓고 기침을 하다니 민폐라는 생각은 못하나.”

“안일한 생각 때문에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모르나.”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으로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무례하거나 민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마스크 판매량이 불과 일주일 만에 70배나 폭등하는 등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전염병 확산의 장기화를 우려한 ‘3월 마스크 대란설’이 돌면서 사재기하는 개인들과 웃돈을 얹어 판매하려는 중간 판매상의 매점매석이 대란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중국 등의 외국인들이 온오프라인으로 대량구매에 나서면서 매대에서는 이제 마스크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품귀로 60장에 5만9,000원이던 마스크 값은 30만 원 대까지 치솟았다. 지난 6일부터 일주일간 정부가 시행한 중국 보따리상의 마스크 밀반출 집중단속에서는 총 73만장, 시가 14억6,000만원 상당의 해외 불법반출 마스크가 적발됐다.

동네에서 남이 주문한 마스크 택배를 가로채는 ‘마스크 도둑’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마스크가 뭐길래. 불과 몇 년 전까지 마스크를 쓴 사람은 ‘환자’로 인식됐다. 하지만 극심한 미세먼지와 잦은 호흡기질환 유행 이후 마스크는 ‘자기 관리’의 수단이 됐고, 연예인들의 검은 마스크가 눈길을 끌면서는 ‘멋내기’ 용도로 역할과 이미지를 달리했다.

최근에는 구멍 뚫린 방역망과 배려 없는 타인에 대한 불안·불신으로 마스크를 ‘생존도구’로 맹신하는 기이한 사회상이 펼쳐지고 있다.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을 칭하는 ‘마스크 거지’ ‘마스크 난민’ 등의 표현은 이른바 ‘마스크 계급론’을 형성해 공동체의 와해를 자극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기능성 마스크, 고가의 패션 마스크 등 마스크에서도 우리 사회의 격차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불안과 약점을 노린 마스크 마케팅은 악덕 영업”이라고 비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2020.02.15

 

□ 방어 필수품서 -> 저항·단절의 상징까지…‘마스크의 사회학’

 

미세먼지·코로나19에…일상 깊이 파고든 마스크,

미투·홍콩 민주화시위·규탄집회 등서도 사용되며

정치·사회적 목소리 내는 '군중의 상징'으로 부상

일본선 접근 막고 표정 숨기는 대인기피 수단 활용

 


○ 문화적으로 특별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철가면’은 17세기 프랑스의 감옥에 철가면을 쓴 채 갇혔던 정치범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프랑스 왕 루이 14세가 가둬놓은 죄수라는 등 그를 둘러싼 이야기는 권력암투와 뒤섞여 실화인지 허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씌워진’ 철가면과 달리 아이언 맨을 비롯해 배트맨·스파이더맨 등 ‘히어로들의 마스크는 초인적 능력의 보유자임을 감추기 위한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는 ‘가장무도회’는 자신이 아닌 척 가장(假裝)해 본래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여흥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수단이었다.

이처럼 문화적으로 ‘특별’했던 마스크가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 보건, 위생-> 생활필수품

마스크의 일차적 목적은 보건과 위생이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빈발하는 전염병이 마스크를 우리의 일상으로 끌고 들어왔다. 지난 2003년 동남아에서 발생한 사스가 아시아 전역을 위협했고, 2009년에는 신종인플루엔자가 전 세계를 벌벌 떨게 했으며, 2012년에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메르스가 확산하면서 호흡기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대기를 덮치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가세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유럽 내 석탄 소비량이 늘면서 연기와 안개가 뒤섞인 스모그가 런던에서만 수천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면 21세기 우리나라에서는 초미세먼지 공포가 커졌다.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것이다.

○ 마스크의 정치학

마스크는 때로는 범죄자의 복면처럼 얼굴을 가려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수단이 된다. 최근에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군중의 상징으로 마스크가 부상했다. ‘송환법(범죄인 인도법안)’ 반대를 주장하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대가 마스크를 착용하자 홍콩 정부는 ‘복면금지법’으로 맞섰지만, 이는 오히려 더 큰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는 2016년 이화여대 입시 비리와 관련해 열린 총장 사퇴요구 집회에서 3,500명 이상의 참가자 전원이 마스크를 써 눈길을 끌었다. ‘미투(me too)’를 지지하는 여성단체의 시위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마스크는 얼굴을 가려 자신을 특정할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익명의 다중이 외치는 보편적 주장과도 같은 ‘마스크의 정치학’을 보여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위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체제·정부에 저항해 사회적 억압을 드러내는 정치적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정치적 참여행위에서 마스크는 새로운 가치와 관행을 주장하며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 패션

한류 열풍은 마스크가 패션으로 자리 잡는 데 한몫했다. K팝 스타 등이 공항과 거리 등에서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노출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마스크=하얀색’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고 ‘블랙마스크’에 대한 소비량이 늘었다. 마스크가 패션 아이템이 되면서 디자인·소재에 따라 수만원 이상의 고가 마스크가 유통되기도 했다.

○ 자기 방어

일찌감치 ‘마스크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최근 들어 젊은이들이 자기방어 수단의 하나로 마스크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은 국민의 약 30%가 꽃가루 알레르기 증세를 가진 것으로 추산될 만큼 봄철 꽃가루가 ‘국민병’ 양상을 일으키면서 마스크 사용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주변에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일본인들은 기침이나 재채기에 대비해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전염병이 퍼지는 시기가 아니어도 거리 곳곳에는 항상 흰색 마스크 물결이 넘실댄다.

마스크로 얼굴을 숨기는 데 대해 경계감이 강한 서구에서는 평상시에도 너나없이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일본인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드러낸 보도가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2018년 일본의 마스크 국내 생산과 수입 총량은 약 55억3,800만장으로, 약 1억2,600만명의 일본 인구가 1인당 연간 43장 꼴로 마스크를 소비하는 셈이다.

 

그러나 일본인의 마스크 착용 목적이 단지 보건이나 패션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닛세이 기초과학연구소는 최근 일본인의 경향과 관련해 “마스크를 이용해 대인 불안을 완화하고 콤플렉스를 가리는 등 현대사회에서 마스크가 자기방어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장을 안 한 민낯이나 수염을 가리려는 것을 넘어 타인의 접근을 막고 표정 변화를 남에게 숨기는 대인 기피적 수단으로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SNS 등의 확산으로 젊은 세대가 대면 소통을 어려워하는 우리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연구소 측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마스크를 벗는 것이 불안해지는 등 과도한 ‘마스크 의존증’이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필수품’이 된 마스크는 불안에 대한 자기방어로서의 역할이 크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던 지난달 20일부터 일주일간 편의점의 마스크 매출은 전월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중국에서 수급하는 마스크 생산 원료의 충당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 ‘3월 마스크 대란설’이 퍼지면서 사재기 현상이 만연해졌다. 요즘은 공공장소·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을 경우 ‘민폐’ 취급을 받거나 ‘마스크 난민’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위 현장에서의 마스크는 자신을 숨기며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데 전염병 확산기의 경우 마스크를 통해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곽 교수는 “감염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불안감이 바이러스보다 더 큰 적”이라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제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타인이 마스크 쓴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서로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기에 마스크 하나로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자신을 방어하는 기분을 얻는다는 것은 상당한 효과”라고 분석했다.

○ 고글과 위생용장갑

마스크와 더불어 점막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고글과 위생용 장갑의 매출도 들썩이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TV 시청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쿠팡이 창사 이래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집에서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e커머스가 전성기를 맞았다. 몸의 건강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못지않게 불안과 불신이 사회를 좀먹고 사람 간 접촉과 교류가 급감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2020.02.15

 

□ 120여년 전 부터 사용해온 마스크...예방효과 얼마나 될까

 

123년전 수술실 감염방지용으로 제안·개발, 대기오염에 1950년대 일반인에게도 대중화

일반 의료용 마스크 감염 방지효과 불확실, KF94급 이상 '호흡보호구' 수준은 돼야,

사스·코로나19 등 병원체 95% 이상 걸러내



○ 마스크 착용역사

지난 1897년 유럽 과학자 얀 밀쿨리치라데츠키와 카를 플뤼거는 코와 입 안에 세균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연해 증명하면서 안면 마스크 착용 개념을 제안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의료용 안면 마스크 사용의 역사는 최소한 123년에 이른다. 1920년대에 이르러서는 수술실에서 마스크 착용이 상당히 관행화됐다. 195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산업화로 인한 대기 질 악화로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됐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확산돼왔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근래에 연간 2억3,000만달러가량을 의료용 마스크 구입비로 사용했다. 영국의 경우 연간 최대 910만파운드 정도가 의료복지 분야의 마스크 비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학계의 연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계나 대중의 연간 마스크 구매비용 총액에 대한 연구를 찾기 힘들지만 이번 코로나19감염증 발병 사태같이 단번에 1,000만장 이상이 제조·판매된 경우라면 개당 단가를 정상가격인 1,000원 안팎으로 가정할 시 연간 최소 100억원대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마스크 감염예방 효과 ?

이처럼 주요국들이 연간 수백억~수천억원을 마스크 구매에 쓰고 있지만 마스크의 감염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과학계에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수술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용 마스크는 대체로 3겹으로 제작된다. 마스크의 앞·뒷면은 부직포로 제작하고 그 중간에 정전기 등을 이용해 대기 중의 입자를 포집하는 필터를 끼워 넣는 방식이다. 이런 종류의 마스크는 착용자의 구강이나 비강에서 나오는 체액이 타인에게 튀지 못하도록 물리적 방벽 역할을 하고 공기 중의 오염입자를 어느 정도 걸러낼 수는 있다. 그러나 숨을 쉴 때 얼굴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고 틈이 벌어져 공기가 새나갈 수밖에 없어 감염 예방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미국의 NJ 미첼 박사와 TG 튜네베일 박사가 각각 1991년에 수행한 수술실 내 감염 실험과 영국의 의료 분야 비영리 민간단체인 코크란이 2005~2015년 세 차례 진행한 리뷰 연구를 보면 수술실에서 의료용 수술 마스크(surgical mask) 착용 여부가 환자의 감염 등을 방지해줄지는 불분명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일반적인 의료용 마스크의 효과가 이렇게 제한적이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주요국 보건당국은 보건인력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보다는 관련 지침을 통해 권고 정도만 하고 있다.

○ 호흡보호구

일반적인 의료용 마스크보다 감염 예방 효과를 높인 것이 호흡보호구다. 미국·우리나라 등의 보건당국이 사스·메르스·코로나19 발병 사태 때마다 보건인력들에게 착용을 권고한 N95급 이상의 마스크(한국 인증 제품 기준으로는 KF94급 이상 마스크)를 비롯해 화생방 방독면 등이 호흡보호구로 분류된다. 그중 N95 및 KF94 마스크는 대기 중의 미세한 오염입자나 병원체의 95% 이상을 걸러낼 수 있다. 만약 품귀로 시중에서 이러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면 산업용 마스크 가운데 방진 1급 제품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고 유진홍 가톨릭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설명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202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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