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은 「진시황본기」에서 한나라 초기의 문신 가의의 「과진론」을 빌려 진을 멸망으로 이끈 가장 큰 원인의 하나로 ‘위아래의 언로가 막히면 나라를 망친다.’는 ‘옹폐지(雍蔽之), 국상야(國傷也)’ 즉 ‘옹폐(雍蔽),를 들었다. ‘옹(雍)‘은 물의 흐름을 막는다는 뜻이고, ’폐(蔽)‘는 차단하고 가린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소통’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최고 통치자는 늘 소통의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관료들과의 소통, 백성들과의 소통, 관료들 상호간의 소통, 백성들 상호간의 소통, 이 모든 것에 말이다.
부부 두 사람 사이에도 대화가 끊기고 언로가 막히면 관계가 부정적으로 변해간다. 하물며 조직이나 국가의 언로가 막힌다면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창의력은 상실되고 인간관계는 형식화되어 조직 전체가 활기를 잃을 것이다. 2100년 전 진나라를 멸망으로 이끄는 망국의 요소들 가운데 하나로 ‘소통’의 문제를 지적한 사마천의 역사인식은 참으로 명쾌하고 참신하다.
소통을 위해 통치자는 정보를 장악해야 하고, 정보 장악을 위해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체제가 되었건 절대 권력을 기반으로 하는 제왕체체가 되었건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늘 리더의 ‘마음의 귀’였다. 그 귀를 열어놓은 리더는 성공했다. 반면‘귀를 닫았거나 아예 그런 귀가 없었던 리더’는 예외 없이 처참하게 실패하였다.
3연정을 성공한 독일 메르켈 총리는 최근 선거 후 대 연정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번에 메르켈의 정당 기민당이 41.5%를 넘고 사민당은 25.5% 정도였는데도 상대인 사민당이 요구하는 것을 거의 다 수용하였다.
국정운영이 1년 내내 지지부진한 현시점에서 대선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소통과 통합의 리더쉽'이 필요한 게 아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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